1. 나의 옷 취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여러 차례 옷장 비워내기를 하면서, 남은 옷들을 보면서 내 취향을 알게 되고, 앞으로 어떤 옷을 구매해야 할지 기준이 생긴다.
티셔츠를 예로 들면, 지금 남아있는 티셔츠의 대부분은 색깔만 다른 무지 티셔츠들이다.
가장 깔끔하고 다른 하의나 겉옷과 매치가 쉽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험에서 나오는 여러 이유가 있다.
오래전부터 영문이 적힌 티셔츠는 사지 않았다. 정말 말도 안 되거나 뜻이 민망한 영어 프린트들이 많아서 아무 생각 없이 입고 다니다가 그 뜻을 알게 되고 나서 잠옷행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또, 그런 경우가 아니면 몇 번 빨면 영어 부분 부분이 바래지고 날아가서 빨리 빈티지화(?) 돼버렸다. 그래서 모델 핏을 보고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항상 마지막에 지워진다.
비슷한 이유로 어떤 모양이 크게 프린트가 되어 있는 옷, 사지 말자고 다시 다짐하게 되었다.
6월에 충동적으로 산 반팔 티셔츠 중 2개에 프린트가 되어 있다. 하나는 몸통 전면에 페이즐리 무늬가 프린트 되어있는 카키 티셔츠고, 하나는 새침한(?) 부엉이가 프린트되어 있는 아이보리 티셔츠다. 평소보다 조금 특별한 기분을 내고 싶을 때 가끔 입었지만, 급하게 막 입고 나갈 때는 항상 보류한다. 가장 큰 이유는 바지나 겉옷을 입을 때 언발란스한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고 다른 이유로는 행동이 매우 조심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부엉이 티셔츠에 부엉이가 반짝이 안경을 쓰고 있는데 옷이 어디에 스치기거나 조카를 안고 있을 때 조카가 부엉이를 손가락으로 긁기라도 하면 부엉이가 잘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이럴 때면 옷이 주인인지, 내가 옷의 주인인지 자괴감이 든다.
나는 브이넥이 잘 어울린다. 이건 오늘 외출 준비 하면서 알아챘는데, 같은 색이면 브이넥에 손이 많이 간다.
색깔만 보고 아무 생각없이 입었다가 나가기 직전에 브이넥으로 다시 갈아입은 것도 여러 번이다.
어깨가 조금 있는 편이라서 브이넥을 입었을 때 조금 더 깔끔한 느낌이 들고 목도 길어 보이고 얼굴과 어깨의 발란스가 정리되는 느낌이다. 앞으로는 브이넥을 위주로 사는 것을 고려해봐야겠다.
티셔츠 취향: 손이 잘 가는 무지 & 브이넥
그 다음은 하의.
이번에 비워낸 하의는 스키니진이 아니면 무릎 위로 올라오는 스커트들이었다.
스키니진을 입고 다닐 때는 옷을 입는 데 있어서 '핏'만 생각하고 '편리함'은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다.
'편리함'과 '실용성'이 중요해진 나에게, 몸을 옥죄는 스키니진은 이제 구매 리스트에서 제외.
입을 거 같아서 사놓고 옷장 한 구석에 모셔놓고 옷장 정리 때마다 '입어야지'를 반복하던 한 번도 안 입는 무릎 근처 길이의 스커트도 구매 리스트에서 제외.
하의 취향: 입고 벗고 활동하기 편한 바지
그 다음은 원피스
원피스도 무릎 근처 길이의 원피스는 대부분 버리고, 안 버린 원피스들도 정~말 특별한 날이 아니면 잘 안 입게 된다.
반면에 종아리 중간 정도까지 오는 길이의 롱 원피스는 입기도 편하고 움직임에도 제약이 없어 자주 입게 된다.
원피스 취향: 롱 원피스
2. 충동적으로 산 옷은 결국 잘 안 입게 된다.
나의 출근길에 아웃렛이 있다. 지하철과 연결되어 있고, 아웃렛을 통해서 가면 더 편리하다. 그래서 열 번 중 아홉 번은 그 루트로 가는데, 그때 충동적으로 산 옷들이 많다.
제일 위험한 곳은 이벤트 세일을 하는 곳이다. 세일을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지 않아도 괜히 한번 구경했었다.
물론 사서 잘 입는 옷도 있지만, 사고 나서 몇 번 밖에 안 입은 옷도 있다.
'충동적으로' 입어보고 나팔 귀가 되어 산 옷 두 개가 딱 떠오른다.
내 취향도 아니었는데, 신중하지 못했다. '충동적'이었기에 당연히 '이 옷을 자주 입을 것인가?', '잘 어울리는 신발이 있는가?', '편하게 입을 수 있는가?' 같은 것들은 생각하지 않았었다.
바로 비우지는 못하고 옷장 열었을 때, 눈에 바로 보이는 곳에 걸어놓고 항상 마음에 되새긴다.
'옷 살 때 신중할 것!'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요즘은, 옷들 사이를 지나가도 크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비는 시간이 생기면 했었던 '여유롭게 아이쇼핑하기'도 하지 않는다.
3. 같은 맥락으로, 필요한 옷을 사자.
내 옷 중, 필요에 의해서 산 옷이 있는데 제일 최근에 산 검은색 브이넥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부엉이 티셔츠는 2주 동안 베란다에 걸어놨는데도 그 티셔츠가 없어진 줄도 몰랐다. 그 티셔츠의 존재를 까맣게 잊었었다. 반면에 검은색 브이넥은 '지금쯤이면 빨고 다 말라서 옷장에 있어야 되는데 왜 안보이지?' 하면서 이 방, 저 방을 찾아다닐 정도였다. 누워서 '다음날 뭐 입지?' '민트색 통바지 입을까?' '그러면 티셔츠는 검은색 브이넥 입어야겠다'라고 생각이 들 만큼이었다. 검은색 브이넥은 엄마 옷장에 걸려있었는데, 그 옷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나를 보면서 '아, 옷은 이렇게 사야 하는 거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조금 색다른 경험이었다.
반면에 6월에 인스타를 보고 예뻐서 '여름에 반바지 하나는 있어야지.' 하면서 정말 마음에 드는 반바지를 샀는데, 잘 안 입게 된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필요에 의해서 산 것이냐, 예쁘고 마음에 들어서 필요해진 것이냐'의 차이인 것 같다.
4. 세탁 방법이 쉽고, 분명한 옷을 사자.
최근 2,3주 동안, 옷 세탁 때문에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다.
그 원인을 제공한 옷이 세 가지 있다.
첫 번째 옷은 얇은 검은색 통바지이다. 옷 재질은 퓨어 리넨(?), 사실 텍도 없어서 아직도 재질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
서문시장에서 민트색 통바지를 사고 너무 마음에 들고 편해서, 며칠 후에 같은 곳에 가서 검은색으로 하나 더 샀다.
두 바지 다 정말 잘 입고 빨 때가 되어서, 혹시나 줄어들까 아끼는 민트는 일단 놔두고 검은색으로 먼저 빨았는데 복숭아뼈까지 오던 바지가 칠부바지가 되었다. 인터넷과 유튜브를 검색해서 원상복구 시키는 법 찾아보고, 린스에 담가놓고, 손으로 1시간가량 잡아당겨서 원래 길이를 다시 찾긴 했지만, 처음 입었을 때 그 느낌이 아니었고, 다음날 손목과 어깨가 결려서 고생했다.
두 번째 옷은 앞에도 언급했던 페이즐리 카키 반팔 티셔츠. 조심스럽게 아껴입다가 커피를 쏟아서 세탁망에 넣고 빨았는데 물이 다 빠졌다. 처음 살 때 힘 있던 그 느낌도 다 사라지고 빈티지 티셔츠가 돼버렸다.
면 100%에 재질도 엄청 부드러워서 산 건데, 고작 두 번 입었는데, 헌 옷이 되어버렸다....
이 티셔츠를 계기로 탄탄한 옷을 사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세 번째는 페이즐리 카키 반팔 티셔츠와 같은 곳에서 산 부엉이 프린트 티셔츠.
카키 반팔 티셔츠 사건(?)을 겪고 빨면 줄어들까 봐 못 빨고 있다. 그래서 드라이를 맡기기로 했는데, 몇 번 더 입으면 티셔츠 값보다 드라이 값이 더 많이 나올 것 같아서 벌써부터 스트레스다. 여름이라 자주 맡겨야 되는데, 드라이 값 생각하면 자주 못 입을 것이고. 옷을 사놓고도 마음대로 못 입는 이 상황.....
이 세 가지 옷을 연속으로 겪고, 세탁이 불편하거나 옷 재질이 분명하지 않은 옷은 절대 사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내가 옷의 주인인데, 거꾸로 내가 옷을 모시고 있는 이 주객전도 상황....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
5. 사실, 옷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
지금 내 옷장을 봐도, 한 달 동안 입었던 옷을 통계 내어 봐도 그렇다. 잘 입는 옷은 매번 망설임 없이 입고 나가고, 손이 잘 안 가는 옷은 많아봐야 한 계절에 한, 두 번 입는다. 그냥 1년 동안 옷장 밖으로 나오지 못한 옷도 있다. 그렇게 어쩌다 한 번 입는 옷은 외출해서도 내 옷 같지 않고 영 불편만 하다.
이번에 비운 옷들 중 13년 동안 입지 않은 옷들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안 입는 옷들이 옷장에서 잠자는 동안, 작년엔 아이보리 바지 하나로 여름을 잘 보냈었고, 재작년엔 검은색 슬랙스 하나가 바지 세, 네 개의 역할을 했다.
'나를 나답게 해주는 옷은 정해져 있었네, 생각보다 옷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진 않는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이 나를 위해 존재하지, 물건을 위해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
진정한 물건의 주인이 되고, 물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물건을 구매하는 데에 있어서,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신중하게 선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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